2024년 5월 <매일노동뉴스>는 교수 노예 보고서라는 제목의 연작 기사를 이어 보도하였다. 경북의 한 도립대 겸임 교수이자 스타트업 대표인 이 아무개 교수가 저지른 심각한 학대는 제자이자 스타트업 회사의 직원인 김동수(가명)를 경제적으로 착취하였고, 육체적으로 상처를 입혔으며, 심리적인 장해를 남겼다. 장장 네 편을 거쳐 서술된, 400일 간의 11건의 노동법 위반은 피해자가 오랜 기간 집요하게 괴롭힘을 당해왔으며,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교수-학생 관계가 여러 종류의 노동권 침해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는 수직적인 교수-학생 관계이자 업무의 지시-종속, 인건비의 공여-수여 사실이 명백한 사용자-노동자 관계였다. 그러나, 이 아무개 교수는 근로기준법이 엄격히 금지하는 중차대한 위반을 일삼았다. 피해자는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거나, 교수가 거주하는 오피스텔 근처 카페에서 24시간 대기하며 휴게 시간 없이 강제 근로에 시달려야 했다. 또한, 경제적인 처우는 상식을 벗어났다. 임금을 체불되었고, 업무 상의 실수를 이유로 인건비에서 수백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게 하였으며, 논문 데이터 처리 비용 등을 납부하도록 강제하였다. 피해자가 주장하는 피해 액수는 무려 6,000만원이다. 더욱이, 교수의 미국 연수 시 필요한 렌터카나 숙소를 대여하거나, 교수의 과제를 대신하는 등 업무 외 지시를 비롯하여, 폭행과 폭언도 잦았다.
기자가 21세기판 노예제라고 부르는 교수의 학대는 2022년 9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과태료 500만원 부과 이후 2년이 넘도록 공회전하고 있다. 피해자는 체불 임금을 아직 지급 받지 못하였으며, 반복적·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중증의 우울 에피소드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 전국대학원생노조는 피해 학생이 신체적·정신적·금전적 손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관계 당국의 책임 있는 태도와 조속한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2015년 강남대 인분교수 사건을 떠올린다. 해당 사건의 피해 대학원생 또한 교수의 개인 사무실 직원으로 채용되었다. 교수는 인건비를 착취했고, 온갖 이유로 벌금을 매겨 피해자를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게 하였으며, 폭행과 폭언에 심지어는 인분을 먹이기도 하였다. 그 사건은 우리가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을 조직한 이유 중 하나였다. 약 10년의 시간이 흘러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 낸 대한민국의 고등교육제도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더 이상의 피해를 보는 대학원생이 없어야 한다. 교수의 노예가 아닌 한 명의 노동자로서 노동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이 사건의 피해 학생은 피해 회복과 가해자 처벌을 위하여 직장 내 괴롭힘이나 임금 지급 의무 위반 등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의무의 위반을 노동위원회법이 지정하는 절차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 스타트업 회사와의 명시적인 근로 관계가 성립되지 않았었다면 피해 학생이 적법한 보호를 받을 수 있었을까? 휴일 없이 강제 근로하고, 인건비는 교수 마음대로 책정되며,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는 다른 대학원생들은 이러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이번 사건에서 대학은 피해를 인지하지도, 교수를 처벌하지도, 학생을 보호하지도 못하였다. 결국 학생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노무사를 선임하고, 노동위원회에 진정하는 등 홀로 투쟁을 이어가야만 했다. 학생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것이 노동을 수행하는 학생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수단이다. 따라서, 교수 갑질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학생 대상 근로계약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대학은 사업자로서 학생의 근로 영역을 명확히 규정하고,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실 관계 확인, 피해 근로자 보호 조치 등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
이에 전국대학원생노조는 요구한다.
2024년 5월 29일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