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하겠습니다. 되돌아보겠습니다. 투쟁하겠습니다.

304명의 이름을 기억합니다. 그 기나긴 명부 앞에서는 거듭 말을 삼키게 됩니다.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는 사회적 참사였고 구조적 참사였습니다. 애초부터 넘어질 준비가 되어있던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배’는 사건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생업을 제치고 10년간 분투하며 ‘4.16안전사회연구소’를 차린 유가족 장훈의 말처럼 “평범한 얼굴을 한 공범들”이 쌓아 올린 잘못들로 인해 출항이 허락되었고 바다 위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췄습니다. 배가 완전히 가라앉기까지 101분 동안 제대로 된 구조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국가와 정부는 긴급한 재난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지 못했고 참사 발생 후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완전하게 방기했습니다. 유가족과 생존자에게 윤리적 빚더미를 모두 떠안기고, 그들을 십 년 동안의 지옥에 가두고, 끝없는 은폐, 협잡, 모략, 비난과 조롱을 일삼은 수많은 공모자가 있습니다. 그건 박근혜 씨부터 말단 해경까지로 이어지는 기회주의적 정치 엘리트와 보신주의적인 관료제 속 개인들이기도 하고, 부진정부작위(不眞正不作爲)로 일어난 참사임이 분명한데도 세월호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라며 애도를 강제로 중지하려 들거나, 입에 담을 수 없는 더러운 말들로 유가족과 생존자들을 욕보인 극우 보수 인사들을 비롯한 수많은 도처의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십 년, 우리는 이태원 참사를, 오송역 참사를, 맞닥뜨렸고 정부에 비판적이라고 여겨지는 세력이라면 여지없이 적대의 대상으로 낙인찍어 입을 틀어막는 시대에 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냉소와 회의야말로 진상규명의 방해물임을 통감합니다.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세월호 참사 일련의 과정을 똑똑히 되짚고 기억할 것을 다짐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책임을 되물으며 생명, 안전, 재난, 건강 등에 대한 사회구조적인 모순 속으로 걸어 들어갈 것이고, 낙인찍히고 내 버려진 자들과 뒤얽히며 투쟁할 것입니다. 좌절하지 않고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 매일을 살아낸 유가족과 생존자들 곁에서 우리가 이 죽음들을 함께 기억하고, 기록하고, 애도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품은 현재를 그리며 묵묵히 걸어 나가야 합니다. 안일한 발전주의와 진보주의를 경계하되, 우리가 해야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가능성을 외면하지 않을 것입니다. 끝으로 소설가 한강이 오슬로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기억을 말할 때 인용했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 한 대목을 옮깁니다. 기억하고 되돌아보며, 투쟁하겠습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요나탄 형이 그처럼 위험한 일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기사의 농장 벽난로 앞에 앉아 편안히 살면 안 될 까닭이 뭐란 말입니까? 그러나 형은 아무리 위험해도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째서 그래?”

내가 다그쳤습니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지. 그렇지 않으면 쓰레기와 다를 게 없으니까.”

(…)

어느덧 밤이 깊었습니다. 벽난로의 불길도 잦아들었습니다.

다음 날 새벽, 나는 문간에 서서 요나탄 형이 말을 타고 안개 속으로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벚나무 골짜기는 온통 새벽안개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형이 점점 멀어져, 안개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2024년 4월 16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304명의 이름을 기억합니다.

고해인 김민지 김민희 김수경 김수진 김영경 김예은 김주아 김현정 문지성 박성빈 우소영 유미지 이수연 이연화 정가현 조은화 한고운 김지윤 오유정 김수정 남지현 송지나 박주희 강수정 박혜선 길채원 허다윤 윤솔 강우영 이혜경 김민지 김소정 김주희 전하영 정지아 조서우 남수빈 양온유 한세영 박정은 윤민지 허유림 김담비 김도언 김빛나라 정예진 전영수 김소연 김수경 김시연 김영은 김지인 박영란 박예슬 박지우 박지윤 박채연 백지숙 신승희 유예은 유혜원 이지민 장주이 최수희 최윤민 김주은 한은지 황지현 강승묵 강신욱 강혁 김웅기 김정현 김호연 박수현 박정훈 빈하용 슬라바 안준혁 안형준 장진용 정차웅 김동혁 김범수 권오천 김건우 임경빈 임요한 김대희 김용진 정휘범 진우혁 김윤수 최성호 한정무 홍순영 김건우 김민석 김민성 김성현 김건우 김완준 박성호 김인호 박홍래 박진리 박준민 서동진 오준영 이석준 이진환 김도현 이창현 이홍승 인태범 정이삭 조성원 김진광 천인호 최남혁 김한별 문중식 최민석 구태민 권순범 김동영 김동협 김민규 김승태 김승혁 이태민 전현탁 박새도 이세현 정원석 박영인 황민우 서재능 선우진 이다운 신호성 이건계 김승환 최덕하 이영만 홍종영 남현철 이장환 곽수인 김건호 김기수 김민수 김성빈 김수빈 김정민 박성복 나강민 이준우 국승현 박인배 박현섭 최현주 허재강 서현섭 성민재 손찬우 송강현 심장영 안중근 양철민 오영석 이강명 이근형 이민우 이수빈 이정인 이진형 전찬호 정동수 김상호 고우재 김대현 김동현 김영창 김제훈 김창헌 박선균 지상준 박수찬 박시찬 백승현 안주현 이승민 이승현 이재욱 이호진 임건우 임현진 장준형 김선우 김재영 전현우 제세호 조봉석 조찬민 최수빈 최정수 최진혁 홍승준 고하영 권민경 김아라 김초예 김혜선 박예지 오경미 이보미 이수진 이한솔 김해화 임세희 정다빈 정다혜 배향매 조은정 진윤희 김민정 최진아 편다인 강한솔 구보현 권지혜 김다영 김민정 김송희 이소진 김주희 김슬기 김유민 박정슬 이가영 이경주 이다혜 이단비 이은별 장수정 이해주 이경민 장혜원 고창석 김응현 김초원 남윤철 박육근 양승진 유니나 이지혜 이해봉 전수영 최혜정 구춘미 권재근 권혁규 김기웅 김문익 김순금 김연혁 리샹하오 문인자 박성미 박지영 방현수 백평권 서규석 서순자 신경순 심숙자 안현영 양대홍 우점달 윤춘연 이광진 이도남 이묘희 이세영 이영숙 이은창 이제창 이현우 인옥자 전종현 정명숙 정원재 정중훈 정현선 조지훈 조충환 지혜진 최순복 최승호 최창복 한금희 한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