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의대 A교수 개인정보보호법·생명윤리법 위반 처벌하라-

고려대학교 의과학과 A교수는 소속 대학원생과 학부연구생 및 연구소 직원을 대상으로 불법적으로 구강 상피 세포를 불법적으로 채취하였고, 그로부터 추출한 RNA 유전자를 발현량 측정을 위하여 외부로 유출하였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약칭 생명윤리법)은 인체로부터 수집한 RNA를 ‘인체 유래물’로 규정하고, 이로부터 유전정보를 얻는 행위를 ‘유전자 검사’로 정의한다. 또한, 유전자 검사에 관한 서면 동의를 받지 않거나 개인정보 보호 조치를 하지 않고 유전자 검사를 의뢰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고려대학교 기관생명윤리위원회는 불법 유전자 채취 건에 대하여 피험자의 동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학생들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부정하게 관리한 연구윤리 위반이라고 판단하였다. 2020년 9월 10일 대학원생노동조합 고려대분회와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A교수의 불법유전자채취를 생명윤리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형사고발하였다. 2024년 1월 24일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연구윤리 위반 행위의 발생 사실은 모두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행위에서 취급한 RNA 발현량 측정을 유전정보 및 유전자 검사로 볼 수 없다는, A교수가 신청한 증인의 증언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무죄 판결하였다.

A교수의 생명윤리를 위반한 연구 앞에서 대학원생은 취약했다. 해당 판결은 “교수인 피고인의 연구실에 소속된 연구원들로서는 신분상·경력상의 불이익 등을 염려하여 피고인에게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 사건에서 지도교수와 대학원생 사이의 수직·폐쇄적인 문화가 대학원생의 자기결정권과 개인정보 보호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했다. 생명윤리법은 ‘취약한 환경에 있는 개인이나 집단의 보호’를 기본 원칙으로 한다. 마찬가지로, 의학 연구윤리를 다룬 헬싱키 선언은 ‘의존 관계에 있거나 강압에 따라 (연구 참여에) 동의할 수 있는 경우를 주의하고, 이 관계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적절한 자격을 갖춘 개인이 사전 동의’하도록 권고한다. 지도교수가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불법 유전자 채취는 금지되어야 하고 마땅히 가중 처벌하여야 한다.

국내법과 국제 연구윤리를 무시한 A교수의 연구를 무죄 판결한 1심의 결과는 과학기술적 용어를 과소 해석했다. 판결의 요는 1) RNA의 발현량을 유전정보로 보기 어렵고, 2) 이를 측정하는 small RNA sequencing을 개인의 식별 또는 질병의 예방·진단·치료의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RNA는 DNA로부터 전사(傳寫, Transcript)된 유전 물질이다. DNA는 유전정보로 인정하면서 RNA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문서의 유출은 죄이지만 문서 필사본의 유출은 죄가 아니’라는 궤변에 가깝다. 또한, 현재 RNA 전사체(Transcriptome) 분석 기술과 그 활용을 고려할 때 RNA 발현량 측정은 유전자 검사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개인의 식별 또는 질병과 관련 없이 개인의 특성이나 건강과 관련된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국내에서 이용할 수 있고, RNA 전사체의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을 식별하거나 질병을 예방·진단·치료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의 개인정보 및 인체 유래 데이터 보호 정책(예컨대 EU의 일반데이터보호규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GDPR)과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질병관리청(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의 인간 대상 연구 규정)은 RNA를 유전정보로 여기고 이를 보호하도록 한다. RNA 발현량을 유전정보로, small RNA sequencing을 유전자 검사로 인정하지 않은 이번 판결은 분자유전학의 관점에서 비합리적이며, 생명공학과 국제 과학기술법의 발전을 간과하였다.

불법적으로 취득한 유전정보는 대학원생에게 폭언을 가하는데 악용되었다. A교수는 채취한 학생의 유전자를 정신질환 환자의 유전 정보와 비교하며 우울한 유전자여서 실험을 잘 못한다”고 조롱하였다. 그러한 해석이 저열한 것임을 논외로 하고서라도, 이는 피험자의 RNA 발현량 정보 유출 시 발생할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피해자들은 유전자 채취가 별도의 보상 없이 오후 10시까지도 이루어졌고, A교수가 학생들에게 화를 많이 내고 자주 소리를 지르며 윽박지른다고 증언했다. 개인정보보호권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불법적인 유전자 채취는 노동권과 인격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대학원에서 더욱 큰 피해를 남겼다. 이 사건의 피해자인 대학원생은 감정노동에 종사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유전자와 유전정보까지 착취당했다.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착취의 지평을 개척한 A교수에게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된다.

연구윤리와 연구 절차를 무시한 A교수에게 연구자의 자격이 있는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습득한 유전정보를 곡해해서 악담을 퍼붓는 A교수에게 의료인의 자격이 있는가? 남한테도 못 할 짓을 자기 대학원생에게 서슴없이 한 A교수에게 교수의 자격이 있는가? 의학 연구에 참여하는 대학원생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의 책임감을 배우며 우수한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항소심은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연구로 피해를 본 대학원생에게 정당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고, 미래 의학 연구자로서 가져야 할 생명·연구 윤리의 무게감을 일깨워야 할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은 항소심에서 개인정보보호법과 생명윤리법을 위반한 A교수를 처벌하고, 고려대학교는 의료인·연구자·교수의 자격 없는 A교수를 파면하라.

2024년 2월 20일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