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국가 R&D 예산삭감을 규탄하며

한국 사회에서 대학원생은 학자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할 견습 시절이나 학문적 유년으로 여겨진다. 하나 대학원생은 많은 경우, 본인의 학업과 더불어 국가와 대학이 기획한 학문을 지탱하는 데 전념한다. 이들은 곧 조교, 간사, 학생연구원(연구보조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대학원생 학생연구원은 국가와 연구기관 사업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국가가 연구를 사업 형태로 관리하고 연구소가 그 사업을 수주한다면, 연구사업의 구체적인 실행은 박사급 연구원이나 대학원생 학생연구원이 도맡는다. 이 과정에서 학생연구원은 연구사업의 기획부터 행정 업무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노동을 수행함으로써 연구의 진행과 국가의 발전에 기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연구원은 연구소 운영비와 연구비라는 한정된 자원을 두고 가장 마지막까지 잘게 분할된 임금을 배당 받는다. 학생연구원은 비정규직 외부 인력으로 채용되어서 현재 지식생산 제도 안의 ‘하청 노동자’로 위치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윤석열 정부는 정부출연 연구기관 및 연구원의 연구개발(R&D)과 운영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결정하였다. 국가 R&D 예산은 전년 대비 16.6% 수준에 달하는 5조 2,000억원이 삭감되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운영 예산은 전년 대비 11% 수준에 달하는 3,000억원이 삭감되었다. 이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3%, 한국화학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28% 수준에 이른다. 예산 삭감은 이공계열 일부 연구기관의 사정만이 아니었다. 성과가 사회경제적인 지표로 가시화되기 어려운 인문사회계열 연구기관의 경우 사정이 더욱 심각하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연구 기관의 운영 예산은 30% 가량 삭감되는 등, 연구기관의 운영이 어려울 만큼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말았다. 다시 말해 인문∙사회∙이공∙자연계열 구분 없이 전국의 연구기관의 운영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이다.

위로부터의 구조조정에서 가장 위태로운 존재는 비정규직이자 외부인력인 대학원생 학생연구원이다. 학생연구원은 ‘이미’ 그 역할과 책임에 비해 너무나 부족한 임금을 받아왔다. 그런 의미에서 본래 연구기관의 운영 및 연구의 임금체제는 대학원생이 경제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개선되었어야 했다. 하나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총체적인 R&D 예산 삭감은 대학원생 학생연구원의 경제적 여건을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정책이다. 학생연구원은 적은 임금체제에 더하여, 이제는 이제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위협받거나, 임금 삭감의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학문후속세대의 증진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학문후속세대의 증진은 정보화 및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인재와 역량의 토양이 되어 국가 경쟁력의 기틀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격변하는 시대적 상황과 조건 안에서 사회구성원들의 지식, 학습, 인지, 태도, 능력을 증진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술생태계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학문후속세대의 취업 기회 및 임금의 축소로 이어진다면, ‘글로벌’ 학술장이나 ‘융합’ 지식의 발전이 성립될 가능성은 요원하다.

그렇기에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은 윤석열정부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하는 바이다.

하나, 윤석열 정부는 R&D 예산삭감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 하나, 윤석열 정부는 국내 연구기관의 안정적인 연구를 위한 공적자원을 마련하라. 하나, 윤석열 정부는 대학원생 학생연구원의 불안정한 임금체제를 개선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라. 하나, 정부와 대학 및 유관기관은 정책입안자들과 연구자들의 상호협의 하에 학술주권을 회복하고 학술적 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라.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